로스앤젤레스 사우스베이 노을 산책 — 헐모사비치에서 리베라 빌리지까지



캘리포니아의 저녁은 늘 태양이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오늘은 로스앤젤레스 사우스베이, 그중에서도 레돈도비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헐모사비치로 향했다. 관광객들에게는 산타모니카나 베니스비치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노을 맛집"으로 통하는 동네다.

수평선 위로 번지는 오렌지빛

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해가 꽤 높이 떠 있었다. 하늘은 은은한 금빛이었고, 태양은 그저 동그랗고 하얀 점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30분쯤 지나자 하늘 전체가 짙은 오렌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태양은 점점 붉어지고 커지더니, 마지막 순간에는 수평선에 걸쳐 살짝 찌그러진 반원 모양으로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이 짧은 순간을 사진으로 몇 장 남겼는데, 매번 태양의 모양과 색이 미묘하게 달라서 같은 장소인데도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온다. 파도 소리, 모래 위를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 그리고 물결에 반사되는 노을빛까지 — 이 조합이 헐모사비치 노을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안개 속에 잠긴 팔로스 버디스

해변에서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팔로스 버디스 반도의 언덕이 만(灣)을 감싸듯 펼쳐진다. 이날은 안개가 낮게 깔려서 언덕 중턱까지만 집들이 또렷이 보이고, 그 위쪽은 뿌옇게 가려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모습이 꼭 판타지 영화 속 신비로운 늪지대나 안개 낀 고원처럼 느껴졌다 —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왠지 비슷한 분위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낮에 보면 평범한 해안 마을 풍경이지만, 이렇게 안개가 걸린 저녁에는 훨씬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사우스베이를 여행한다면 헐모사비치에서 노을을 보고 나서, 반대편 팔로스 버디스 쪽 실루엣을 함께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밤의 리베라 빌리지, 주차 자리가 없을 정도로

노을이 완전히 지고 어둑해질 무렵 발길을 돌린 곳은 리베라 빌리지였다. 야자수 사이로 가로등이 켜지고, 상점과 레스토랑마다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자 거리 전체가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 동네의 진짜 매력은 밤에 드러난다. 작은 카페와 부티크들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두고, 야외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근처 레스토랑들도 거의 전부 만석이라 주차할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로컬들에게 사랑받는 맛집 거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우스베이 쪽으로 여행 계획이 있다면, 노을은 헐모사비치에서, 저녁 식사는 리베라 빌리지에서 — 이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마무리하며

같은 하늘, 같은 바다인데도 매일 다른 색으로 저무는 것이 노을의 매력이다. 헐모사비치의 붉은 태양, 안개에 잠긴 팔로스 버디스, 그리고 불이 켜진 리베라 빌리지의 밤 풍경까지 — 하루 안에 이렇게 다른 세 가지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곳이 LA 사우스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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